1.
아마 앞으로 이 블로그에 올라가는 글의 대부분이 영상물에 관한 리뷰들일 것이다.
태어난 세대가 영상물에 빠지기 딱 좋은 세대인지라 꽤나 많은 양의 영화, 드라마 등을 봐왔고 가장 오래 했던 생업이 영상 번역이었던 탓(?)에 반강제적으로 일본 영화와 드라마도 많이 보게 되었다.
은근히 머리에 피가 마르고 난 이후부터는 취향에 맞는 것만 골라보게 되었지만 사실 기억도 나지 않을 정도로 꽤나 많은 양의 영화를 봤었다.
2.
왓챠피디아를 기억하는지 모르겠다.
현재 어떤 방식으로 사업이 진행됐는지는 모르겠는데 OTT서비스가 아닌, 영상물 평점 메기는 기능이 전부였을 때 난 꽤나 유용하게 써먹었다.
찾아보니 현재도 그 기능을 유지하고 있는것 같다.
왓챠피디아 초기에 각잡고 봤던 영화들 평점 메기면서 리스트 쟁여두기를 했었을 때 2천편 정도 나왔었는데 그것도 본 영화의 전부는 아니었던 기억이 난다.
게다가 초기에는 일본 영화나 애니는 리스트에 아예 없어서 체크 못한게 그 정도였다.
그런데 지금 보니 1600편 정도로 줄은거 보면 계약관계나 이러저러한 문제로 리스트 항목에서 제외된 것들이 있는거 아닌가 추측된다.
3.
경험이 쌓이면 어쨌거나 보는 눈이 올라가게 된다.
이건 좋은 영상물을 가려내는데에 크게 역할을 하고 정말 잘 만들어진 영상물을 만났을 때 디테일하면서도 다채로운 즐거움을 느낄수 있게도 해주지만,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영상물을 봤을 때에는 오히려 독이 된다.
그래서 내가 쓴 리뷰에는 대부분이 불평불만으로 가득차 있다.
4.
그렇다고 무슨 철학이 어쨌느니 미학이 어쨌느니 같은 식으로 쓰진 않는다.
대부분 완성도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는 경우가 많고 결국 이것도 내 취향일 뿐이다.
철학이나 미학에 대해 아예 무지렁이도 아니지만 내세우기에는 모자란 것도 사실이긴 한데 저딴 식으로 젠체하는 부류의 인간들보다는 많이 안다고 자부한다.
자신이 하려는 설명을 더 간략하고 명확하게 전달하기 위해 철학이나 미학을 예로 드는건 젠체한다고 하지 않는다.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유치원에서 오늘 처음 배운 단어를 말을 할 때마다 어거지로 이어붙여 말하는 아이같은 상황을 말하는거다.
5.
진짜 전문가는 요상한 개념을 포함시킨 근본없는 신조어나 복잡한 내용을 내포한 전문용어를 써서 설명하는 사람이 아니다.
용어나 단어에 대해 완벽히 이해한 전문가는 본인이 설명하고자 하는 내용을 누구나 이해하기 쉽게 잘 비유해서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이다.
그게 아닌 용어나 단어만 늘어놓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그런 용어에 포함된 여러 개의 개념 중 몇 개의 개념을 어디선가 주워듣고 있어 보이기 위해 포장지 대용으로 그렇게 서술하는 경우가 많은데 잘못쓰는 경우가 태반이다.
왜냐하면 복잡하고 철학적이고 정제된 개념이 들어갔을수록 서술하는 상황은 매우 디테일하면서 제한적이 될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그러한 필터링을 다 거친 후의 정제된 용어의 개념과 본인이 서술하고자 하는 내용이 완벽히 일치하는 경우는 흔할수가 없다.
6.
쓰다보니 길어졌는데 사실 이 얘기를 하려던건 아니었다.
거기에 원래 하려던 말을 까먹기까지 했다.
이래서 사람이 누구한테 화낼 것도 아닌데 지혼자 빡치면 스스로 손해만 보는거 같다, 젠장
빡치지 말아야지.
7.
여튼 '프리머' 라는 영화를 보고 생각의 틀이 꽤나 급격하게 변했다는 걸 느끼고 있었는데 간만에 왓챠피디아에 가서 내가 봤던 영화 리스트에 메긴 평점들을 보다가 깨달은 게 있다.
프리머를 보고 평가에 대한 기준이 크게 바뀐 것도 사실이지만 그간 부지불식 간에 기준이 많이 바뀌었다는 점이었다.
'내가 이걸 4.5점 줬다고?'와 '내가 이걸 2점 줬다고?'가 공존했다.
8.
요즘 영화나 드라마는 사실 예전에 느끼던 재미를 기대하며 보지 못한다.
애초에 기대 자체를 안하기도 하고 해봤자 얻을 수가 없다는 걸, 반복되는 체념 끝에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냥 예전에 봤던 리스트들 중에서 내 기억 속의 평가와 다른 것들이나 극단적인 평가를 했던 영화들을 다시 보고 리뷰를 써볼까 한다.
안그래도 볼만한 영화도 없고, 최근에 나오는 영화 중에 철학이나 뭐니 있는 척 하는 것들보다 예전에 그냥 때리고 부수는 영화가 훨씬 더 깊이있는 철학이 있었다고 느껴지는 요즘 그냥 봤던 영화 또 보는게 훨씬 재미날거 같기도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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